"이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걸까"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를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이 그랬습니다. 저도 한때 남들이 좋다는 방향을 따라가다 금방 지쳐버린 경험이 있어서, 그와 반대로 한 우물만 수십 년째 파고드는 사람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몰입과 성향에 관한 내용을 접하고 나서야 조금씩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몰입과 우호성: 성공한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패턴
심리학에서 성격을 분석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빅 파이브(Big Five)입니다. 빅 파이브란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증이라는 다섯 가지 성격 차원으로 사람의 성향을 설명하는 모형입니다. 연구자들이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사람들을 분석했을 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하나 있었습니다. 우호성(Agreeableness)이 낮고, 개방성(Openness)이 높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우호성이란 타인과 원만하게 지내려는 성향을 의미합니다. 우호성이 높은 사람은 갈등을 피하고 상대의 기대에 맞추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반면 우호성이 낮은 사람은 타인의 반응에 덜 흔들리고, 자신의 판단을 우선시하는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우호성이 높아야 인간관계가 좋고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관심 없는 일에서 오래 버티기 위해 주변의 눈치를 보며 맞춰온 시간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성장을 막았던 것 같습니다.
반면 개방성(Openness)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경험을 받아들이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기존의 틀을 흔드는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 우주항공,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까지 전혀 다른 분야를 넘나들 수 있었던 것도 이 개방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한 가지는 짚고 싶습니다. 우호성이 낮아야 성공한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호성이 낮은 것과 타인을 무시하는 것은 다릅니다. 일론 머스크가 보여주는 태도는 타인에 대한 증오라기보다 일종의 무관심에 가깝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좋아해 주길 바라지 않는 것, 그 정도가 현실적인 기준일 수 있습니다. 초연결 사회에서는 어차피 모든 사람과 잘 지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고요.
성공한 창업자들의 성격 특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가 집단은 일반 직장인 집단보다 우호성 점수가 평균적으로 낮게 측정되었습니다(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학습 기재와 P·D 유형: 재능보다 중요한 것
일론 머스크의 이야기에서 제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재능이 아니라 학습 기재(Learning Mechanism)였습니다. 학습 기재란 새로운 정보나 경험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것으로 내화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실제로 부딪히고 실패하면서 패턴을 파악하고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학습 기재의 본질입니다.
머스크는 어린 시절 아스퍼거 증후군 의심을 받았고, 지적 능력에 대한 의심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몰입하면서 학습 기재를 극단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학교에서 잘 가르쳐준 것보다, 스스로 경험하고 깨친 것이 훨씬 더 큰 자산이 된 경우입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간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다양한 일을 겪어보니, 어떤 분야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아도 부딪히길 멈추면 거기서 성장도 멈추더라고요. 반대로 정규 교육과 거리가 멀어도 계속 경험을 쌓아가는 사람이 몇 년 뒤에는 훨씬 앞서 있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을 구분해볼 수 있습니다.
- P 유형: 처음부터 자신에게 맞는 일을 직관적으로 알고, 그 일에만 깊이 몰입하는 사람입니다. 맞지 않는 일에는 에너지를 거의 쏟지 않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 유형에 가깝습니다.
- D 유형: 일을 하면서 가치와 적성을 발견해 나가는 사람입니다. 타인의 인정과 피드백을 통해 방향을 조정하고, 직무를 바꿔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아갑니다.
P 유형과 D 유형 사이에 최종 성취의 차이는 없다고 봅니다. 결국 어느 경로를 택하든 꾸준히 움직인 사람이 이깁니다. 제 경험으로는 D 유형이 훨씬 더 많은데, 이 유형이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D 유형인 사람이 P 유형처럼 처음부터 명확한 소명을 찾지 못했다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입사 1년 이내 신입 사원의 퇴사율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한국고용정보원). 이 수치는 많은 사람이 처음부터 맞는 일을 찾지 못한다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문제는 퇴사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한국 사회의 모범생 강박입니다. 특정 경로를 이탈한 사람을 패배자 취급하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어린 시절 부적응적인 모습을 보인 사람이 나중에 크게 성장한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자기 성향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오히려 더 멀리 가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일론 머스크의 성공을 타고난 천재성 탓으로 돌리는 것은 가장 쉽지만 가장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때 "저 사람은 처음부터 달랐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넘겼는데, 제 경험상 그 프레임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자기 합리화였습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10년을 붙잡을 수 있는 일을 발견하는 것. 그게 머스크가 실제로 한 일이고,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에게 적용 가능한 이야기라고 봅니다.